사랑의 어느 기간을 에워싸는 계절의 감각에 대해 노래하는 가사, 그 두 번째입니다.
바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소울 가수 BMK의 '꽃 피는 봄이 오면(When Spring Comes)'입니다. 2005년에 발매된 2집 <SOUL FOOD> 타이틀 곡인데요.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는 노래지만 BMK의 압도적인 보컬과 깊은 감성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이 노래를 검색하면 굉장히 많은 가수들이 부른 것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영현, 케이윌, 린, 김나영 등 커버한 가수들의 목록을 보면 저절로 인정의 박수가 나옵니다. 노래를 웬만큼 잘 부르지 않고서야 도전하기 어려운 노래임을 새삼 느끼며 이런 쟁쟁한 보컬리스트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 또한 매력적입니다. 최근에는 보컬의 끝판왕 '김나박이'의 김범수가 불러 새롭게 재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막연히 노래 잘 부른다 정도의 감상이었다면 이제는 노래 가사가 마음에 사무치는데요. 좋은 노래와 함께 세월을 흘러간다는 건 풍부한 감정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런 점에서 다시 한번 명곡이라 느껴집니다.
김범수 - '꽃 피는 봄이 오면'
https://youtu.be/U1OxmNTQ5x0?si=5rgtrqxCqVDWpN8i
BMK - '꽃 피는 봄이 오면' LIVE
https://youtu.be/kg6rd9aKoTg?si=qVZHJga9Hpr8g1XT
'꽃 피는 봄이 오면' 가사
BMK - 꽃 피는 봄이 오면 (When Spring Comes)
앨범 SOUL FOOD발매 2005.01.13.장르 알앤비/어반작곡 황세준작사 조은희편곡 황세준
<Verse1>
니가 떠난 그 후로 내 눈물은 얼수 없나 봐
얼어붙고 싶어도 다시 흐른 눈물 때문에
널 잃은 내 슬픔에 세상이 얼어도
날이 선 미움이 날 할퀴어도
뿌리 깊은 사랑은 이젠 떼어 낼 수 없나 봐
처음부터 넌 내 몸과 한몸 이었던 것처럼
그 어떤 사랑조차 꿈도 못 꾸고
이내 널 그리고 또 원하고
난 니 이름만 부르짖는데
<Chorus>
다시 돌아올까 니가 내 곁으로 올까
믿을 수가 없는데
믿어주면 우린 너무 사랑한
지난날처럼 사랑하게 될까
그때의 맘과 똑같을까
계절처럼 돌고 돌아 다시 꽃피는 봄이 오면
<Verse2>
기다리는 이에겐 사랑 말곤 할 게 없나 봐
그 얼마나 고단한지 가늠도 못했었던 나
왜 못 보내느냐고
오 왜 우냐고
자꾸 날 꾸짖고 날 탓하고
또 그래도 난 너를 못 잊어
<Chorus>
다시 돌아올까 니가 내 곁으로 올까
믿을 수가 없는데
믿어주면 우린 너무 사랑한
지난날처럼 사랑하게 될까
그때 그 맘과 똑같을까
계절처럼 돌고 돌아 다시 꽃 피는 봄이 오면
참 모질었던 삶이었지만
늘 황폐했던 맘이지만
그래도 너 있어 눈 부셨어
널 이렇게도 그리워 견딜 수가 없는 건
나 그때의 나 그날의 내 모습이 그리워
<Bridge>
시간에게 속아 다른 누굴 허락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 서롤 묻고 산다고 해도
날 기억해 줘
<Chorus>
한순간이지만 우리가 사랑했다는 건
너와 나눈 사랑은 참 삶보다 짧지만
내 추억 속에 사는 사랑은
영원할 테니깐
꼭 찰나 같아 찬란했던
그 봄날을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Verse1> 은 매서운 한겨울입니다. 화자의 슬픔에 세상이 얼었지만 야속하게 눈물은 계속 흐르는 바람에 얼어붙지 못해요. '뿌리 깊은 사랑은 이젠 떼어 낼 수 없나 봐' '처음부터 넌 내 몸과 한 몸 이었던 것처럼' 마치 연리지를 연상하게 해요.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인데요. 남녀사이 혹은 진한 부부 사이를 비유하죠.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우리가 된 것 처럼 화자의 깊었던 사랑이 그려집니다. 또 보컬에서 힘을 한층 덜어내 표현한 것이 구절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것 같아요.
<Chorus> '계절처럼 돌고 돌아 다시 꽃피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처럼 반복되는 화자의 그리움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이 노래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이 명곡이지만 <Verse2>부터 더욱 더 마음을 울리는데요. 화자에게는 기다리는 일 조차도 사랑이라 합니다. 이 과정은 매우 고단한데, 미처 가늠하지 못한 부분이죠. 미련한 나를 꾸짖고 탓해보지만 여전히 잊지 못합니다.
'참 모질었던 삶이었지만 /늘 황폐했던 맘이지만/ 그래도 너 있어 눈 부셨어'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삶이어도 힘듦이란 것은 개인적인것이죠. 누구나 초라한 마음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화자에게 '너'라는 존재가 얼마나 힘이 되어 주었는지 느껴지게 합니다.
'널 이렇게도 그리워 견딜 수가 없는 건/ 나 그때의 나 그날의 내 모습이 그리워' 널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립다고 말하고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 대사, 다른 노래에서도 종종 나오는 표현인데 이 가사를 처음 본, 지금보다 어렸던 그때는 참 놀랐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니 공감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랑할 때 내 모습 - 널 바라보는 반짝거리는 눈동자와 애틋한 미소 - 싱그런 내 모습을, 이제는 그만큼의 사랑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슬픔, 씁쓸함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시간에게 속아 다른 누굴 허락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 서롤 묻고 산다고 해도/ 날 기억해 줘' 가장 좋아하는 가사입니다. 시간에게 속는다는 표현과, 다른 누굴 허락한다는 표현. 타협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생이라고 해야할까요?
'한순간이지만 우리가 사랑했다는 건/ 너와 나눈 사랑은 참 삶보다 짧지만/ 내 추억 속에 사는 사랑은 영원할 테니깐/ 꼭 찰나 같아 찬란했던/ 그 봄날을' 우리의 사랑은 한순간, 삶보다 짧은, 찰나지만 추억속의 사는 사랑은 영원하다 말합니다. '찰나'와 '찬란' 라임도 좋구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참 삶보다 짧지만' 이라는 표현이 가슴에 남네요. 사랑과 시간은 비례하지 않듯, 어떤 누군가는 한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산다고도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가사지만 오랜만에 찾아 들여다보니 그리움뿐 아니라 인생까지 생각하게 하는 가사인 것 같습니다.
이런 가사를 쓰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엄청난 동경을 갖게 하는, 작사가를 처음 꿈꿨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저의 Best No.1 가사 '꽃 피는 봄이 오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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