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감염의 정의와 역학 그리고 원인균과 발생기전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요로감염(urinary tract infection)은 미국에서 호흡기계 감염에 이어 두 번째로 흔히 발생하는 감염으로 매년 약 800만 명의 환자가 요로감염으로 병원을 방문하였다. 또한 미국에서 모든 여성의 약 절반이 일생동안 적어도 한 번은 요로감염을 경험하며, 이중 25%는 일반적으로 초기 감염 후 6개월 이내에 요로감염이 재발한다.
병원에서 발생하는 요로감염은 입원한 환자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감염으로 전체 의료관련감염의 36~40%를 차지한다. 입원환자의 15~25%는 입원기간동안 도뇨관의 삽입을 경험하며, 장기요양기관의 재원자 중 5%는 장기적으로 유치도뇨관을 삽입한다. 그리고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요로감염의 70~80%는 유치도뇨관과 관련된다. 대부분의 유치도뇨관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에서 삽입되며 요로감염이나 세균도 등의 감염성 합병증 이외에도 부동이나 요도협착 등의 비감염성 합병증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유치도뇨관을 삽입하고 있는 환자는 세균뇨의 발생이 매일 약 3~8% 증가하기 때문에 유치도뇨관을 1개월 이상 삽입한 환자의 대부분은 세균뇨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무증상 세균뇨를 가진 환자의 10%는 증상 있는 요로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치도뇨관을 삽입한 환자의 요로감염관리에 대한 지침을 준수하는 것은 의료관련감염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요로감염 용어의 정의
• 무증상 세균뇨(asymptomatic bacteriuria, ASB) 또는 무증상 요로감염: 요로감염에 합당한 증상이나 징후 없이 적절하게 채취된 소변검체에서 의미 있는 양의 세균이 동정된 경우이다. 보통 의미 있는 세균뇨는 소변배양검사에서 2종류 이하의 균이 10⁵ 집락수(CFU)/ml 이상 분리된 경우를 말한다.
• 유치도뇨관(indwelling urinary catheter): 방광으로 삽입되어 일정기간 방광 내에 유치되고 있는 도뇨관으로 폴리카테터라고도 부른다. 유치도뇨관에는 간헐적 도뇨관, 콘돔카테터, 두덩위방광 도뇨관(suprapubic catheter)은 포함되지 않는다.
• 농뇨(pyuria): 소변에서 다형핵백혈구의 수가 증가되어 있는 것으로 요로기계에 염증반응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 도뇨관관련 세균뇨(catheter-associated bacteriuria): 유치도뇨관을 삽입한 환자에서 의미 있는 세균뇨가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유치도뇨관은 비뇨기계의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세균은 도뇨관의 내부와 외부의 표면을 따라 방광으로 유입되어 세균뇨가 발생한다.
• 도뇨관관련 요로감염(catheter-associated urinary tract infection, CAUTI): 유치도뇨관을 삽입하고 있는 환자에서 요로감염의 합당한 증상과 징후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 요로감염의 역학
1. 국내 역학
전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rean National Healthcare-associated Infections Surveillance System, KONIS)는 2006년부터 질병관리청의 지원을 받아 표준화된 방법으로 중환자실에서 발생하는 요로감염(urinary tract infection, UTI), 혈류감염(bloodstream infection, BSI), 폐렴(pneumonia) 감염률을 산출하여 매해 발표하고 있다. 요로감염은 2012년부터 증상이 없는 요로감염을 제외하면서 요로감염 발생률이 낮아졌다.
2020년 전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연구 결과)는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150병상 이상의 병원 256개 기관에서 340개 중환자실이 참여하였다. 연구결과 총 4,489건의 의료관련감염이 보고되었으며, 감염 부위별로는 혈류감염이 1,964건(43.8%)으로 가장 많았고 요로감염 1,646건(36.7%), 폐렴 879건(19.6%) 순이었다. 1,000재원일수 당 요로감염 발생률은 1.04(95% CI, 0.99-1.09)로 전년도 1.13(95% CI, 1.08-1.18)와 비슷하였다.
요로감염 1,646건 중 1,597건(97.0%)이 유치도뇨관관련 요로감염이었다. 유치도뇨관관련 요로감염(urinary catheter-associated UTI) 발생률은 1,000 기구일 당(urinary catheter-days)당 1.26(95% CI, 1.20-1.32) 였고, 유치도뇨관 사용비는 0.80(95% CI, 0.799-0.801)였다.
2. 위험인자
요로감염의 위험인자는 연령, 성별, 임신, 질병, 도뇨관 삽입기간 등이 있으며, 이중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유치도뇨관 삽입기간이다.
1) 유치도뇨관 삽입기간
유치도뇨관은 정상배뇨에서 관찰되는 감염에 대한 주요 방어기전인 요도세척효과를 상실하게 되며 카테터의 풍선주위에 요저류가 발생하여 발광을 완전히 비우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장기적인 유치도뇨관의 장착은 균막(biofilm)이 형성되어 세균뇨 발생이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유치도뇨관의 삽입기간이 길수록 세균뇨와 증상있는 요로감염의 발생은 증가한다. 장기적으로 유치도뇨관을 삽입한 환자의 대부분은 무증상 세균뇨가 발생하지만 항생제치료는 불필요하다.
2) 성별
여성 4명 중 1명은 요로감염 병력이 있으며 요로감염 발생률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14배 이상 높다. 여자는 요도가 짧고, 질과 항문이 가까워 요도가 오염될 수 있다. 또한 남성처럼 방솽이 완전히 비워지지 않거나 성교를 통해 방광에 세균이 침입할 수 있어 요로감염의 발생이 증가한다. 신생아 시기에는 남아가 여아보다 요로감염이 많이 발생하며, 신생아 포경수술은 요로감염의 90%를 예방한다. 하지만 요로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포경수술을 권고하지는 않는다.
3) 임신
임산부의 4-10%는 무증상 세균뇨가 발생하고 1-4%는 급성 방광염을 경험하게 된다. 임산부의 요로감염 위험요인은 다산, 요로감염의 과거력, 임신의 진행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와 요로계 위치 변화 등이다.
4) 노인
여성의 요로감염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요로감염의 빈도는 증가한다.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은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요도점막의 위축과 퇴행성 변화로 요로감염이 많이 발생한다.
5) 당뇨
당뇨가 없는 여성보다 당뇨병이 있는 여성에서 요로감염 발생이 높으며 요로감염의 유병률이 26%이다. 특히 당뇨의 발병기간과 합병증 유무가 요로감염 발생과 관련이 높다.
6) 기타
심한 영양실조, 면역기능의 저하, 도뇨관 삽입 전 신장 질환 등이 요로감염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 요로감염의 원인균
요로감염의 원인균은 그람음성막대균과 장알균이 가장 흔하다. 합병증이 없는 요로감염의 경우 95% 정도는 단일 원인균에 의한 감염이었고, 합병증이 없는 요로감염과 신우신염의 70-95%는 대장균과 장내세균에 의한 감염이었다. 그러나 의료관련 요로감염의 경우 Pseudomonas spp., Serratia spp., Stenotrophomonas spp. 및 Acinetobacter spp.와 같은 그람음성균과 Staphylococcus aureus, Enterococcus spp.와 같은 그람양성균이 흔한 원인균이다. 최근에는 요로감염의 치료와 관련되어 도뇨관관련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의 경우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KONIS 연구결과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요로감염의 원인균은 그람음성막대균이 55.0%, 그람양성알균이 44.8%였으며 Enterococcus faecium(23.2%), Escherichia coli(19.9%), Enterococcus faecalis(11.0%), Klebsiella pneumonia(10.4%), Pseudomonas aeruginosa(9.7%) 순의 빈도를 보였다.
◆ 유치도뇨관관련 요로감염의 발생기전
유치도뇨관관련 요로감염은 도뇨관의 내부 또는 외부 표면을 따라 요로감염균이 방광으로 유입되면 발생한다. 도뇨관 외부를 통한 감염의 경우는 도뇨관 삽입 시 무균술을 지켜지지 않았거나 환자의 장 또는 회음부의 상재균이 도뇨관의 외벽을 따라 방광으로 이동하면서 감염된다. 도뇨관 외부를 통한 상행성 감염은 전체의 66%(약 2/3) 정도를 차지하며, 특히 여성의 주요 감염경로이다. 나머지 34%(약1/3)는 도뇨관 내벽을 통한 상행성 감염으로 폐쇄배뇨시스템이 깨지거나 소변백 속의 소변이 오염되면서 발생한다.
유치도뇨관 관련 요로감염 발생의 중요한 특징은 균막의 형성이다. 방광에 도뇨관이 유치된 후부터 전해질, 유기분자, 숙주단백질로 구성된 막이 도뇨관 벽에 생성되는데, 이는 각종 세균에 의한 섬무부착(fimbrial attachment)의 표적이 된다. 균막은 세균이 씻겨 내려가는 것을 막고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키고 포식작용으로부터 세균을 보호한다. 세균은 균막 안에서 성장한 후 일정 수가 넘으면 균막 밖으로 나와 임상 증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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