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카테터 감염
혈관카테터는 약물 투여뿐 아니라 투석, 영양공급, 혈관 내 시술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만 연간 1,5000만 건 이상의 혈관카테터 시술이 이루어 지고 있으며, 그중 중심정맥관 카테터는 700만 건에 이른다. 혈관카테터는 많은 의료 현장에서 꼭 사용해야 하지만 해부학적 구조물을 훼손하는 침습적 의료장비로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감염 합병증인 중심정맥 카테터관련 혈류감염(central line-associated bloodstream infection, CLABSI)이다. CLABSI가 발생하면 의료비용이 증가하고, 재원 기간이 연장되며, 이환율과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 혈관카테터 삽입 기술의 개선, 여러 감염관리 중재 활동으로 인하여 CLABSI는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가장 흔한 의료관련감염 중 하나이다. 2017년 미국 통계에서 CLABSI는 연간 20,000건 이상 발생하고, 의료관련감염의 사망 사례 중 20%가 CLABSI와 관련된 것으로 추산되었다. 국내 전국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Korean National Healthcare-associated infection surveillance system, KONIS)의 중환자실 부분 감시 자료에서도 CLABSI는 전체 보고된 중환자실 의료관련감염 중 4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흔히 발생하는 의료관련감염이다.
1. 혈관카테터의 종류
현재 진료 현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혈관카테터가 사용되고 있다. 혈관카테터는 거치하는 기간에 따라 크게 단기 거치용 혈관카테터와 장기 거치용 혈관카테터로 나눌 수 있다. 단기 거치용 혈관카테터는 일반적으로 3주 이하의 기간을 사용하는 데 비해, 장기 거치용 카테터는 몇 주에서 몇 달동안 사용할 수 있다.
2. 혈관카테터 감염의 발병 기전
1) 단기간 거치 카테터(Short-term catheter)
혈관카테터에 의한 감염은 미생물 요인, 카테터 요인, 숙주 요인 사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하여 발병한다. 단기간 거치하는 혈관카테터에 감염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주요한 두 가지 원천은 혈관카테터 삽입부위가 오염되거나, 혈관카테터로 삽입되는 수액이 오염되는 경우이다. 혈관카테터로 삽입되는 수액이 오염되면, 미생물이 직접 카테터에 접종되어 감염을 일으키므로 비교적 간단하다. 혈관카테터 삽입부위가 오염될 때는 미생물이 혈관카터테의 외부 표면이나 내부 표면을 따라 침범하여 균막(biofilm)을 형성한다. 혈관카테터 삽입부위는 주변의 피부 상재균이 직접 침범하거나, 혈관카테터를 삽입하거나 조작 중 미생물이 접종되거나, 다른 감염부위로부터 미생물이 혈류에 따라 전달되어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원인과 관계없이 일단 혈관카테터가 미생물로 오염이 되면 균막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균막으로 인하여 혈관카테터를 제거하지 않고는 혈류감염의 치료가 어려워진다.
2) 장기간 거치 카테터(Long-term catheter)
장기간 거치하는 혈관카테터의 특화된 기능을 고려할 때, 그로 인한 감염의 발병 기전은 단기간 거치하는 혈관카테터와는 다르다. 단기간 거치하는 혈관카테터로 인한 감염의 원인이 주로 외인적인 데 반해, 장기간 거치하는 혈관카테터로 인한 감염은 주로 내적 요인(혈관카테터 내부)에 의해 발생한다. 단기간 거치하는 혈관카테터의 경우 균막 형성은 주로 혈관카테터의 외피에 이루어지는데 비해, 혈관카테터를 삽입하고 30일 이상 지나면, 미생물이 주로 혈관카테터의 내강에 집락화를 형성한다. 미생물의 종류, 숙주 요인, 중재의 종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내강에 집락화 된 미생물에 의한 혈류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3. 혈관카테터 감염의 역학
1999년 미국 보건국(Institute of Medicine)에서 중요한 보고서인 『To Err is Human』을 발표한 이래로, 미국에서 환자안전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의료관련감염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었고, 일부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의료관련감염감시체계인 National Health Safety Network(NHSN)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20년간 CLABSI의 발생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실제 2006-2008년 자료와 2015년 자료를 비교하면 CLABSI의 발생은 40%이상 감소하였다. NHSN은 2015년부터 CLABSI 발병에 대한 보고를 기존의 1,000 혈관기구일 당 발생 건수에서, 표준화 감염률(standardized infection ratio, SIR)로 보고하고 있다. 2019년 NHSN 감시 자료에서 미국 급성기 병원 전체에서 CLABSI의 SIR 0.69로 2015년에 비해 31% 감소하였다. 그러나,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019의 대유행은 의료관련감염의 예방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2021년 NHSN 감시 자료에서 전년도에 비해 CLABSI가 7% 증가하였다.
CLABSI 발병에 대한 국내 자료는 2006년 KONIS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체계적으로 수집되기 시작하였다. KONIS 결과 보고에 의하면, 2020SUS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국내 257개 병원 339개 중환자실에서 감시하였을 때, CLABSI 발생률은 1,000 혈관기구일 당 2.21(95% 신뢰구간, 2.11-2.32)건이었다.
CLABSI를 일으키는 원인균의 분포는 지역에 따라서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미국, 유럽 지역에서 발표되는 자료에서는 Coagulase negative staphylococci가 가장 흔한 원인균이고, 최근에는 S.aureus의 비율이 감소하고, 그람음성균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의 KONIS 자료에서 CLABSI의 원인 균주로는 Enterococcus faecium이 가장 흔하고, Acinetobacter baumannii, Coagulase negative staphylococci 순이었다.
CLABSI의 발생은 환자관련 요인(기저질환, 질환의 중증도), 혈관카테터관련 요인(삽입부위, 혈관카테터 종류), 기관관련 요인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1) 환자관련 위험 요인
환자와 관련된 위험 요인은 성별, 나이, 기저질환 등과 같이 환자에게 내재하여 있는 요인들이기에, 일반적으로 수정할 수 없는 위험 요인으로 간주한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환자들의 기저질환이 CLABSI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였는데,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환자들의 기저질환을 반영한 예측 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면, CLABSI의 병원 간 비교나 과거 자료와의 비교를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 혈관카테터관련 위험 요인
혈관카테터와 관련된 위험 요인은 환자와 관련된 위험 요인과 달리 중재해 볼 수 있으나, 각 요인에 따른 위험 정도는 다양하다. 말초정맥카테터는 가장 흔히 사용하는 혈관카테터이나, 다른 혈관카테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혈류감염이 발생할 위험은 낮다. 그러나, 다른 혈관카테터와 비교하여 사용량이 월등히 많아서, 혈관카테터관련감염에 미치는 영향은 중심정맥카테터와 비견할만 하다. 말초정맥카테터로 인한 감염의 발생 위험은 혈관카테터 거치시간에 기인한다. 또한, 말초정맥카테터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인 혈전정맥염은 혈류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2016년 한 조사에서 말초정맥카터테가 황색포도알균 균혈증의 원인일 수 있지만 대체로 인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2019년 시행된 한 메타분석에서 말초정맥카테터관련감염을 줄이기 위한 포괄적 묶음(번들)을 사용하면 혈류감염의 발생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소견을 보였다.
미드라인카테터와 말초로 삽입된 중심정맥카테터(peripherally inserted central catheter, PICC)는 최근 말초정맥으로 혈관카테터 삽입이 어렵거나 병원에서 퇴원하는 상황에서도 혈관내 약물 주입이 필요한 경우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혈관카테터도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후향 연구에서 미드라인 카테터로 인한 합병증 발생위험이 PICC보다 더 높다는 소견을 보였으나, 아직 PICC가 미드라인카테터에 비해 더 안전한지는 불분명하다. PICC가 미드라인카테터에 비해 균혈증 발생위험이 더 클 수 있는데, PICC로 인한 균혈증 발생위험은 혈관카테터 내강의 수, 병원 재원기간, 항암치료 시행 여부 등에 영향을 받는다.
(1) 단기간 거치 중심정맥카테터
대부분의 CLABSI가 피하 터널이 없이 단기간 거치하는 중심정맥카테터로 인하여 발생하는데, 혈관카테터를 거치하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혈관카테터 삽입부위와 허브에 집락된 균수가 많을 때, 호중구감소증환자, 완전비경구 영양 사용, 혈관카테터의 과도하게 조작하는 경우, 삽입된 혈관카테터의 수가 많을수록 발생위험이 증가한다. 혈관카터테 내강의 수가 감염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자료가 혼재되어 있는데, 최근 한 전향연구에서 혈관카테터 내강의 수가 CLABSI 발생의 독립된 위험인자로 입증되었다. 중심정맥카테터를 빗장밑정맥에 삽입하면, 혈류감염이나 혈전증 발생의 위험은 가장 낮으나, 기흉과 같은 기계적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대퇴정맥에 삽입하는 경우 혈관카테터 삽입부위에 균의 집락이 증가하였고, CLABSI와 심부정맥혈전증 발생의 위험이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어, 많은 진료지침에서 중심정맥카테터를 대퇴정맥에 삽입하는 것을 가능한 한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중심정맥카테터를 주기적으로 교제하는 것은 CLABSI감염을 감소시키지 못하였고, 오히려 기계적 합병증의 위험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2) 장기간 거치 중심정맥카테터
피하 터널이 있어 장기간 거치하는 중심정맥카테터로 인한 CLABSI 발생위험은 피하 터널이 없는 중심정맥카테터로 인한 위험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피하 터널이 있는 중심정맥카테터를 삽입받은 환자에서 CLABSI 발생률은 1,000기구일 당 0.1-1.2건 정도로 보고되고 있어, 피하 터널이 없는 중심정맥카테터를 삽입받은 환자에서 CLABSI 발생률인 1,000기구일 당 1.2-2.9건에 비해 훨씬 낮다.
'의료관련감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술부위감염의 역학과 위험인자, 수술부위감염감시 및 피드백 (1) | 2024.06.26 |
---|---|
혈관카테터감염의 임상증상과 예방전략 (0) | 2024.06.25 |
격리주의 종류와 방법 : 표준주의와 전파경로별 주의 (0) | 2024.06.25 |
안전주사실무와 의료기관 혈액매개감염 사례 (0) | 2024.06.18 |
침습 수막알균 감염증의 역학과 임상증상 그리고 치료 (0) | 2024.06.16 |